마애불 가는길

풀잎이 말하기를

소소헌 2017. 4. 24. 20:40









                                                                                                                                           고운산장












< 풀잎이 말하기를 >


풀잎이 낙엽에게 말했다.

  “넌 어쩜 떨어지는 소리가 그렇게 시끄럽니?

   너 땜에 겨울잠이 다 달아나 버렸잖아.”















낙엽이 화가 나서 말했다.

   “ 낮은 곳에서 태어나 낮은 곳에서 사는 주제에

     노래도 부를 줄 모르는 게 성깔은 있어 가지고!

     높은 곳에 살아 본 적이 없으니  노래소리를 알 리가 없지.“














그리고

낙엽은 땅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윽고 봄이 와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낙엽은 풀잎이 되어 있었다.















가을이 되어 겨울잠에 빠져 들려는데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혼자서 투덜거렸다.

    “ 어휴. 이 낙엽들 하고는!

      어쩜 저렇게 시끄럽게 구는지!

      겨울잠이 다 달아나 버렸잖아.“


  

칼릴 지브란 (Kahlil Gibran)의 우화집 <광인>에서









후기:


얼마전 먼곳의 친구가

남도의 벚꽃을 보고 싶어해

황매산의 영암사지를 찾았다.

맑은 날씨의 영암사지는 부드럽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벚꽃은 꽃비가 되어 휘날리는데,

평일이라 인적이 없는 사지는 호젓함에

마음도 차분해져 자신의 생각속에 묻혀 발걸음을 옮기고,,,,


난 금당의 모퉁이에서 깨진 석등을 바라보며

조금은 우울했던 지난 겨울이 되세겨 진다 

긴 겨울 동안 봄날을 무척이나 기다렸는데

꽃이 피는가 헀는데 벌써 휘날리니

내 시절인연이 박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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